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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건축(집) 추운 겨울철을 어렵사리 넘기고 봄을 맞이하게 된 여왕벌은 땅 위에 꽃이 피고 그 꽃에서 꿀과 꽃가루를 채취할 수 있게 되면 둥지를 만들기 위한 눈부신 활동을 개시한다. 구멍 파기 파가 아닌 공중파 벌, 곧 재료의 장력을 이용하여 공중에 매달린 상태로 자기네 집단을 위한 둥지를 만들려는 벌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꿀벌을 예외로 하고, 키다리 벌이나 참새별의 여왕은 여왕이라는 이름이 갖는 우아한 이미지에는 당치도 않게 근면하고 고독한 집짓기 노동에 종사한다. 키다리뻘의 여왕은 상수리나무의 껍질이나 삭정이를 잘라서는 이빨로 잘게 썰어 다진 것에 자신의 침을 섞어서 건축 재료로 사용한다. 우선 인가의 처마 밑이나 나뭇가지에서 펄프 상태의 재료를 막대기 형태로 늘어뜨려 가다가 어느 곳에선가 그것을 육각 기둥 모양.. 2023. 9. 5.
흙으로 짓는 건축(집) I. 벌거벗은 임금님 언제나 항상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좋은 자재를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하는 탄식 섞인 얘기가 자주 들린다. 물자가 풍부한 시대에 오로지 건축가들만이 자재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니 정말 아이러니하다. 건물을 짓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건 쓸 만 하군.’ 할 수 있는 재료가 적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듬직하다고 할까. 건물 주인이나 이용자가 안심할 수 있는 그런 건축 자재를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다. 현대 건축에서 깜빡 속아 넘어가는 일이 허다하다. 방의 벽에 훌륭한 테크를 썼구나 하고 감탄하면서 다가가서 만져보면, 테크 무늬와 색조를 교묘히 흉내 내어 인쇄한 벽지이다. 발전한 인쇄 기술로 인하여 조금만 떨어져서 바라보면 테크와 벽지가 구분하기 힘들다. 일본 사람들은 목.. 2023. 9. 4.
공기가 순환 하는 건축(집) 1. 에너지 절약의 과제 우리 사람들은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지만 극히 최근까지도 우리는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지구상의 에너지는 무한하다는 착각을 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의식중에라도 그렇게 낙천적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올겨울의 난방은 어찌할 것인가? 석유로 해야 할까? 언론에서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이야기는 항상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주택과 그 밖의 각종 건축에서 ‘단열’ 재료와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절약’의 과제는 단지 단열재나 태양열 이용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현대의 건축 기술 혹은 건축 사상을 뿌리에서부터 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에서는 ‘설비’라고 하는 기계, 전기 시설이 아찔할 만큼 어마어마한 에.. 2023. 9. 3.
땅속의 건축(집) 인간의 건축과 대지의 관계는 땅이 있고 그 위에 건물을 세우는 건축이 세워지는 것이 예로부터 일반적인 건축의 구성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아니 이미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건물 위에 흙을 덮어씌워서 그 외형을 감추고 마치 건물이 땅속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건물이 구미나 일본에서 그리 많지는 않으나 조금씩 세워지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건물은 일반적인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어떤 건축에나 있는 기초가 있고 그 위에 마루를 깔고 방을 만들며 또 수직으로 세워진 벽 위에 지붕을 씌우거나 경사진 벽으로 실내를 에워싼다. 이런 종류의 건축물로서 일본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것은 1973년에 오사카 돈다바야시에 지은 PL 유치원 건물일 것이다. 설계자는 아이다 다케후지이다 1. 유치원 건물 이 건축가는 유치원 .. 2023.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