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아두면 재미난 건축이야기

땅속의 건축(집)

by 아셀라2 2023. 9. 3.
반응형

인간의 건축과 대지의 관계는 땅이 있고 그 위에 건물을 세우는 건축이 세워지는 것이 예로부터 일반적인 건축의 구성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아니 이미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건물 위에 흙을 덮어씌워서 그 외형을 감추고 마치 건물이 땅속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건물이 구미나 일본에서 그리 많지는 않으나 조금씩 세워지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건물은 일반적인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어떤 건축에나 있는 기초가 있고 그 위에 마루를 깔고 방을 만들며 또 수직으로 세워진 벽 위에 지붕을 씌우거나 경사진 벽으로 실내를 에워싼다. 이런 종류의 건축물로서 일본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것은 1973년에 오사카 돈다바야시에 지은 PL 유치원 건물일 것이다. 설계자는 아이다 다케후지이다

1. 유치원 건물


이 건축가는 유치원 건물 외형을 송두리째 흙으로 묻어 버리고 철근 콘크리트로 된 유치원 건물을 밖에 있는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게 해버렸다. 평면은 정사각형이고 그 위의 형태는 마치 피라미드의 꼭지 부분을 잘라내 버린 모양이며 잘려 나간 부분의 아래쪽이 유치원의 뜰이다. 유치원생들의 교실은 흙더미를 이고 비스듬히 서 있는 벽 밑에 만들어졌는데 피라미드의 비스듬한 벽 한가운데에 그 안으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각각 하나씩 마련되어 있다.
유치원 부지는 바로 옆에 아파트 단지가 서 있는 그저 평범한 교외 풍경을 배경으로 하였다. 나지막하게 비탈진 언덕을 어린아이들이 뛰어오르기도 하고 미끄러져 내리기도 하며 놀았다. 이 건축은 건물다운 표정을 전혀 풍기지 않았다. 비스듬한 면을 잘라니 교 만든 네모진 출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서면 그 순간 실내를 가득 채운 유치원생들의 떠드는 소리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어린이들은 뜰 안을 뛰어다니거나 교실에서 놀이하고 있었다. 그 활달한 분위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웃음이 나오게 하였다. 어린이들의 무진장한 에너지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밖의 고요와 안의 북적거림, 

밖에서 보았을 때의 죽음을 연상케 하는 무표정과 그 안쪽의 생명력 넘치는 공간. 이렇게 극명한 대비가 이 건축물의 특징이라 할 것이다. 

유치원 내부에 전시된 아이들의 그림

 

2. 언더그라운드파


‘언더그라운드 애니멀’ 꼳 땅 속에 사는 동물의 집은 여태까지 보아 온 것 같은 공중이나 수면, 물가에 사는 동물의 집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인력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절대 뒤지지 않는 연구를 거쳐 복잡하게 구축되어 있다. 땅속에 굴을 파고 사는 동물은 꽤 많다. 작은 것으로 금세 떠오르는 종류는 개미인데 사실 그들의 집은 명성에 걸맞은 내용을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흰개미나 산개키 따위는 땅속의 회로로 이어지는 땅 위의 건축물, 이른바 개밋둑의 장대함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땅속 동물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두더지 등 식충목에 속하는 동물과 독특한 이빨의 강인함을 동력삽처럼 사용하여 구멍을 파는 설치류가 아닐까? 쥐 중에서는 두더지를 필두로 장님 쥐, 벗은 지 따위는 모두 구멍 파는데 선수다. 날토끼는 건설 업자이기도 하다. 

 

또 두더지붙이쥐나 마모트도 지하 생활의 베테랑이다. 그러나 지하 세계에서 규모의 거대함을 말한다면 프레리도그를 능가할 자가 없을 것이다. 요새는 한번 탔다 하면 1분 이상 꼼짝하지 않고 서 있어야 하는 에스컬레이터도 많다. 옛날 SF 영화에서 본 가공의 사건, 부질없는 공상이라 여겼던 시간적, 공간적 경험을 어쩔 수 없이 내가 지금 하는 악몽을 꾸는 느낌으로 안절부절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스컬레이터로 지하에 들어간다는 사실만으로 심리적 동요가 일어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로 우리는 단 몇 초 만에도 지하 세계를 내려갈 수 있다. 
그것 역시도 땅속의 건축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3. 튜브 공포
우리는 심리적 긴박함을 내 멋대로 ‘튜브 공포’라 명명하고 내심 그럴듯해 하고 있다. 튜브 속에 들어가 있다는 의식이 불러일으키는 공포감이라는 뜻이다. 세계에서 가장 일찍 지하철망을 갖춘 런던이 지하철을 ‘튜브’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흔히 보는 관광 안내서에도 쓰여 있다. 런던에서 지하철을 타거나 지하 통로를 걷다 보면 내가 정녕 튜브 속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지하에 있는 동물의 집은 대개 터널의 넓이나 길이 또는 구성 방법의 미묘한 차이는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튜브 모양이며, 마치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체내에 무수한 관이 엉켜 있는 것처럼 지하에 매우 유기적으로 배관 된 도관 공간 같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더구나 두더지는 좁은 튜브 속에서 유턴하는 데 가장 방해되는 것이 골반인 까닭에 좁은 골반을 갖게 되었다. 이 사실을 해석해서 내린 결론은 튜브 속에서 생활하는 두더지는 일반 동물처럼 골격이 신체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도관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튜브 속에서 생활하기 위해 두더지의 몸도 튜브 화한 것이다. 라는 결론에 이르란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은 두더지는 튜브를 일종의 목장으로 삼아 거기로 들어오는 지렁이 따위의 토양 동물을 주로 먹는다는 것이다. 튜브 속의 생물인 두더지가 튜브 화한 신체를 움직여 튜브 모양의 먹거리를 먹으며 살고 있다. 이것은 매우 유머러스하지만 매우 논리적인 삶의 양상이기도 하다. 그 논리성이 우리에게는 매우 SF적인 것으로 보인다.

4. 부엌문
일본의 일반적인 독립가옥은 집의 규모가 크든 작든 대개 현관과 부엌문, 두 개의 출입구를 가지고 있다. 현관이 그 집의 앞문 또는 정문이라면 부엌문은 일상적인 통용구로 사용된다. 특히 이 문은 단골로 드나드는 장사꾼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출입구이다. 장사꾼은 물론 집에서 부리는 사람이나 기숙하는 사람이 전문인 현관으로 드나드는 것을 집주인이나 안주인은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드나들 문이 따로 있기 때문인데 그것이 바로 부엌문이었다.
여기에는 일본의 전통 가옥을 지배해 온 공간적 위계성이 작용하고 있다. 출입구 하나만 보더라도 계급에 따라 달리 사용되어 왔다. 집주인의 나들이를 배웅할 때 사용되는 현관이 있고, 마지막으로 주로 일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부엌문이 있다.
이것은 단순히 출입구에 대한 인습적 위계 의식, 곧 현관은 격식을 갖춰야 하는 곳으로서 일상생활의 번잡스러움이 그대로 노출되는 부엌문과는 차단되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내린 판단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그런 판단이 꼭 틀린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일종의 자신감이 땅속 생물의 독특한 주거를 관찰하면서 더욱 굳어지게 된다. 현관을 통해 들어간 사람의 행동은 정면이 아닌 저편 부엌문 쪽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일종의 원칙을 동물의 지하 생활에서 종종 발견하는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