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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재미난 건축이야기

공기가 순환 하는 건축(집)

by 아셀라2 2023.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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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너지 절약의 과제


우리 사람들은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지만 극히 최근까지도 우리는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지구상의 에너지는 무한하다는 착각을 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의식중에라도 그렇게 낙천적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올겨울의 난방은 어찌할 것인가? 석유로 해야 할까? 언론에서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이야기는 항상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주택과 그 밖의 각종 건축에서 ‘단열’ 재료와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절약’의 과제는 단지 단열재나 태양열 이용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현대의 건축 기술 혹은 건축 사상을 뿌리에서부터 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에서는 ‘설비’라고 하는 기계, 전기 시설이 아찔할 만큼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소비한다. 밤하늘에 부각되는 화려한 건물의 휘황찬란함이 가르쳐 주는 대량의 조명 설비의 존재, 보통 창문처럼 열었다 닫았다 할 수가 없는 통유리벽의 외벽이 말해 주는 중앙 냉난방 등 공기 조절기기의 작동, 혹은 여러 층을 쉴새 없이 신속하게 연결해 주는 여러 대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화장실 그 밖의 상하수도 급배수 설비 등등, 이 중 어느 한 가지를 보더라도 ‘에너지 절약’이라는 구호와 동떨어져 있으면 그런 점은 염두에 전혀 두지 않고 설계된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면 이런 건축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2 자연과 손잡다

건축은 한층 더 자연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즉 건축이 자연경관 속에서 조화된 모습을 갖도록 유념하는 것을 넘어서 한층 더 적극적 의미를 띄고 있다고 해석해 본다.
예컨대 오늘날 어마어마한 에너지양을 소비함으로써 가동되는 건축 설비에 대한 의존도를 건축에서 점점 줄여 나가는 방향으로 노력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확실한 경향성이 나타나리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바깥 공기를 실내로 들여놓더라도 추위나 더위를 염려할 필요가 없을 때는 한껏 창문을 열어서 통풍한다든가 혹은 건물 내에서 작업을 하거나 생활을 할 때 필요한 빛을 인공 광선이 아닌 자연 광선으로 충당하고 그러기 위한 채광상의 연구를 하는 등이다. 건축가 가우디는 “자연을 만든 창조주 하나님은 무익한 가르침은 무엇 하나도 주지 않으셨다. 다시 말해서 모든 것은 그 가르침의 산물이다. 인간의 발명이란 그 가르침을 아는 일, 곧 자연의 모방이다.”


가우디의 “무익한 가르침은 없다” 하고 한 말에 따라 자연계 안을 응시하면 인간의 육체가 자연의 변화에 약한 생물인데도 절멸하기는커녕 왕성한 생활력을 가지고 종족을 유지하는 데 생태학적 안정을 실현하는 놀라운 사실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전기도 가스도 없다. 공학적으로 제어된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도 자연 속에서 참으로 멋진 생활 환경 장치를 고안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생활 양상을 우리는 땅속에서 생활하는 생물의 행동과 둥지 틀기에서 엿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시선을 땅속에서 우리가 사는 땅 위로 옮겨 이 문제를 좀 더 상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3. 흰개미

흰개미는 일본 같이 목조 건물이 많은 지역에서는 극히 악명이 높은 생물 즉 ‘해충’이다. 흰개미는 목조 건물의 구조 부분, 특히 기초 부분에 가까운 기둥을 토대로 갉아서 못쓰게 만들고 건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기반을 구조적으로 무력하게 만드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흰개미의 활동이 얼마나 왕성한지는 일본에서 흰개미 구제 사업이 얼마나 번창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이 세워 놓은 건축물을 파괴하는 놈으로 미움을 받는 이 흰개미가 실은 자연계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가 그룹에 드는 생물임을 알게 된다면 착잡한 마음이 들게 된다. 비아냥거림도 역설도 아니다. 흰개미는 확실히 뛰어난 건축가이며 인간의 초고층 건축도 무색할 만큼 천재적인 설비 설계자이기도 하다. 


가우디가“인간의 발명이란 이(자연의) 가르침을 아는 일, 곧 자연의 모방이다.” 하고 말한 그 엄밀한 의미는 그 둘의 건축에는 ‘인간 발명의 원천’이 있으면 우리의 모방 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큼 고도의 내용이 그 둥지 속에 갖춰져 있다. 그것을 알아보기에 앞서 흰개미 자체에 대한 지식을 좀 더 정리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흰개미에 관하여 개미류의 생물이라기보다는 바퀴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미와 많이 닮은 점은 고도의 사회생활을 조직하는 것과 그것을 위한 둥지를 구성하는 뒤에 일종의 ‘논리성’이라 부를 만한 내용을 갖는 점이라고 한다. 지구상에는 약 2000종류의 흰개미가 서식하는데 이들은 거의 나무만을 먹고 산다. 흰개미는 다른 생물이 흉내 낼 수 없는, 목재의 섬유소를 소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흰개미의 소화기 속에 있는 원생생물이 그 소화를 도와주는 듯하다. 흰개미를 둥지에서 끌어내면 몇 시간 안에 죽어 버린다. 습기와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환경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다. 현대인이 아무리 자연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가기에 허약해졌다고 하더라도 흰개미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흰개미는 그렇게 허약한 체질임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의 온대에서 열대에 걸친 온갖 기상 조건 속에서 생존을 유지하고 또 번식하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새삼스레 말할 필요도 없이 그 추가가 ‘안과 손을 잡은’ 형태로 교묘히 설계되어 그 몸에 필요한 온도와 습도와 통풍을 유지하기 위한 자연적인 공기 조절에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4. 공기 조절 기술
어느 것이든 개미집의 기본 재료는 흙이며 거기에 침을 섞어서 일종의 모르타르로 굳히거나 소화액을 접착제로 해서 쌓아 올리기도 한다. 이렇게 만든 개미집의 본채는 아주 견고해서 사람이 그것을 부수려면 곡괭이를 들이대야 할 정도이다. 예컨대 흰개미 중에서 가장 큰 집을 짓는 매크로텀스라는 개미는 중간 규모의 둥지 반 속에 무려 200만마리가 넘는 흰개미가 살고 있다. 그 둥지 방에서 하루에 소비하는 산소량이 200리터, 공기량으로는 1200리터나 된다고 한다. 만일 이 둥지 방의 공기 유통을 정지시킨다면 흰개미는 불과 한두 시간 안에 모두 죽고 말 것이다. 따라서 매크로 팀스는 그들의 동굴 또는 거대 건축물 같은 둥지 속에 신선한 공기가 항상 돌게 해야만 한다. 그뿐만 아니라 낮과 밤의 차이가 심한 바깥 공기의 온도 변화를 될 수 있는 한 실내로 끌어들이지 않고 습도 또한 일정하게 유지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환호하는 건축가

메크로텀스의 둥지 단면도에 주목해 보자. 그들의 둥지 내부 공간은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 구조 속에 그들의 발명이라 할 수 있는 공기 조절 시스템이 감춰져 있다. 메크로텀스의 ‘건축물’은 그 이름에 걸맞게 매우 규모가 크다. 산처럼 생긴 둥지의 높이는 5미터, 바닥의 지름 또한 5미터에 이르는 것도 있다. 이 개밋둑을 밖에서 바라보면 꼭 독립된 산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산의 이른바 산허리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주름진 계곡 같은 기복이 있으며 정상에서 지면은 향해 뻗은 몇 가닥의 능선도 볼 수 있다. 그 능선이 또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5 교묘한 시스템

매크로 팀스의 둥지 속에는 늘 공기가 잔잔하게 흐른다. 공기 순환으로 실내의 공기 조성-산소와 탄산가스가 늘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음이 조사 결과 증명되었다. 공기는 지하실로부터 둥지 방으로 상승하면서 소비되고 더럽혀진다. 온도가 상승한 공기가 다락방에 고였다가 외벽 속의 능선을 타고 지하실로 내려가는 순환을 한다. 매크로 팀스 둥지 방의 중앙부는 30도, 다락방은 조금 내려 29.3도인데 이 공기가 외벽 능선의 가는 도선 부분으로 들어가면 급속히 냉각되어 도선 초입에서 25.5도, 끄트머리 부분에서는 24.4도까지 내려간다. 개밋둑에서 최고 온도를 보이는 둥지 방 내부와 최저 온도를 보이는 도선 끄트머리 사이에서 실로 5도 이상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대단한 냉방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겠으나 흰개미의 집은 일부 인간의 건축물처럼 건축가의 작품이 아닐
뿐에 건물 주인의 애완 품도 아니다. 흰개미의 집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자연 현상으로서 항상 자연 속에서 살아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인간의 건축이나 도시도 또한 참으로 살아 있는 건축이 되기 위하여 그 건축에 관계되는 사람들에 의해 항상 어떤 형태로든 손질이 가해지고 부단한 유지 작업에 의하여 필요한 기능이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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