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논병아리의 뜬 둥지
저녁 바람 부니 왜가리 정강이에 찰랑한 물살“
일본 앤데 시대의 시인 부손의 작품이다. 여름날 저녁 시원한 저녁 물가의 정경이 왜가리의 가느다란 정강이에 찰랑이는 물살로 형상화되었다. 참으로 회화적이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곳을 찾아 나가는 물가에서도 흔히 우리는 뭇 동물의 착상이 풍부한 둥지를 발견한다.
‘뜬 둥지’라는 것은 풀 위에 만들어진 물새 둥지인데 주로 논병아리 집인 경우가 많다.
논병아리는 호숫가 늪지나 물살이 조용한 냇가에 사는 새로서 잠수를 잘한다 이 새는 물에서 생활을 많이 하므로 다른 새들처럼 땅 위나 풀숲 나무 사이에 둥지를 만들지 않고 물 위에 둥지를 튼다. 그것이 여기서 말하는‘뜬 둥지.’ 즉 물 위에 뜨는 집이다.
일본의 시인들이 ‘뜬 둥지’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전통적으로 일종의 비애감이 따라다닌다. 실제로 이 뜬 둥지의 모습은 예로부터 많은 가인의 마음을 잡아끌어 와카의 좋은 소재가 되어왔다. 가인들에게 물 위의 집은 ‘의지할 데 없는 가여운 존재’로 받아들여져 인간의 목숨이나 삶의 덧없음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작품의 소재였다. 이것은 일본의 정서와 맞물려 있기도 하다. 그러나 논병아리에게 이 ‘떠다니는 집’은 결코 ‘불쌍한 것’이 아니라 생활의 창의력이 넘치는 매우 건전한 구축물이다. 물 위에 짓는 건축, 그것을 ‘의지할 데 없는 가련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의지할 데 없음’을 노래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일본 사람들의 주거에 대한 감각이 그만큼 덧없음을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논병아리가 물 위에 짓는 건축, 즉 물 위에 둥지를 트는 까닭은 그 새가 지상에서보다도 훨씬 자유롭게 물 위와 물속에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병아리는 몇 분씩의 잠수를 할 수 있으므로 물에 들어가 작은 물고기나 곤충, 수초를 먹기도 한다. 전문 관찰사들의 보고에 따르면 그들은 지상에서의 행동이 도리어 서툴고 어색하다. 논병아리는 외부의 침입자가 나타나면 물속으로 피해야 한다. ‘물을 만난 듯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물고기가 아닌 논병아리에게도 물은 위험한 대상이 아니라 든든한 보호자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과 생명체가 완전한 일체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사람들만이 자연을 거스르는 건축을 하는 것이다.
II. 해상도시
인간의 집을 설계하는 사람. 즉 건축가도 그들이 직업인으로서 일상적인 작업을 해 나가는 동안 중력의 존재와 그것을 하인 다루듯 완벽하게 구현하면 둔중하게 웅크리고 있는 대지와의 절충에 신물이 난 나머지 그러한 ‘리얼리즘’을 초월한 곳에서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쳐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하더라도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전후 일본 건축계에서 큰 활약을 보인 바 있는 기고 다 캐 기요 노리라는 한 설계자의 강인한 상상력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는 일본의 근대 건축가 중에서 인력의 존재가 건축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저항을 건축에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해내려고 시도한 몇 안 되는 건축 강의 한 사람이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건축물 또는 도시를 늘어뜨린다는 혹은 매단다는 또는 물에 띄운다고 하는 점에서 가쿠다네 이상으로 정열을 불태운 건축가는 여태까지의 건축가 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논병아리의 뜬 둥지는 그야말로 대지와 허공 사이의 물 위에 둥실둥실 부유한다. 그 둥지는 물 위에 늘어뜨려져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물속에 떠서 늘어뜨려진 듯한 환경 세계를 기쿠다케는 오래전에 구상하여 스케치로 공표하였다. 그것이 그가 발표한 일련의 ‘해상도시’ 구상 중에서 가장 초기의 제안이었다. 기쿠다케가 이 계획을 발표한 그 전해에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이 지구 주변을 돌기 시작하였다. 인간이 만든 공작물이 인력의 직접적인 지배에 강력히 반발하며 대지로부터 멀리 뛰쳐나가서는 그 힘과의 균형을 얻어서 이른바 ‘무중력관’의 비행 물체가 된 기념할만한 사건이었다. 기고 다 캐도 자신의 ‘해상도시’ 계획을 다듬을 때 그 점을 분명하게 의식하고 있었다고 본다.
III. 노아의 방주
기고 다 캐 기요 놀이의 ‘해상도시’에 대한 집착은 이러한 몽환적 공상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그것이 마침내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뒤 오키나와 해량박람회에서 ‘아크로폴리스’라 불린 주요 시설 속에 결실을 보았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중요한 ‘해상도시’ 계획이 그의 손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 가운데서도 그가 하와이 대학교 초빙 교수로 가서 가르칠 때 그가 계획하여 많은 전문가와 협동 작업으로 작성한 ‘하와이 해량박람회’를 위한 ‘해상도시’ 계획안이 중요한데, 최초의 스케치로부터 십여 년의 시간이 지나는 사이에 기쿠다케의 ‘뜬 둥지’는 공상적 단계에서 자못 현실적인 것으로 점점 다가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양 개발에서는 지상에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먼저 바다를 잘 아는 일이 첫 번째 과제이다. 라고 기쿠다케는 말한다. ‘구체적으로 해상 도시와 육상 도시의 다른 점을 생각해보면 첫째 해상 도시는 이동 가능성이다. 둘째는 독립된 자율성이 요구된다. 셋째는 외부로부터 제어된다는 것이다. 넷째는 공간 자체가 생활 주기를 갖는다. 건축이나 도구처럼 연한의 차이는 있을망정 내구력의 한계가 있는 것들로 구성된다. 다섯째는 인공적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는 느낌이 든다. 지구상의 인구 증가와 그 인구가 대도시로 집중하는 추세에서 우리는 점차 바다 위에서 살고 바다 위에서 일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육지와 바다는 같은 지구 안에 존재하는 자연이지만, 사람들은 육지를 개발하고 훼손하고 건축을 올렸다. ‘해상 도시’를 구현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 앞으로의 건축은 해상 도시로 옮겨 갈 가능성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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